마음길 따라
어리연꽃
돌담1
2020. 10. 16. 18:41
[어리연꽃]
푸른 호수를 바라보면
점점 호수를 닮아 가고 싶은데
출렁이는 내 가슴의 슬픈 호수에는
소화시키지 못해 앙금으로 가라앉은
일상의 퇴적물.
점점 가슴이 옅어 진다.
살려고 허우적거리며 입을 뻐끔 거리면
얕은 수면위로
트림 같은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온다.
호수는 제 스스로 맑다고 하나
갇힌 물의 시간이
일상의 퇴적물로 깊이를 포기하고
가늠할 수 없는 수렁이 되어.
별빛도 달빛도
더 이상 내려오지 않는 늪으로 변해 갈 뿐이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곳
죽음의 진창 속으로
푹푹 썩어 흙으로 돌아가는 긴 세월
검은 물빛에도 햇빛이 내려와
뿌리내린 어리연꽃 노랗게 피어나고
꽃 그림자가 까맣게 얼비친다.
살아온 날 뒤돌아보면 컴컴하고 아득하여
세상의 바닥이 얼마나 깊은지
내 스스로 점점 더 어두워져서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늪을 닮아 간다.
엎질러진 내 마음의 작은 늪에도
어리연꽃 한 송이 곱게 피어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