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물]
바위에 물길이 생겼다.
물결을 받아들여 물결무늬를 낳았다.
스스로 맨얼굴 드러낸 바위.
결 부드러운 유순한 표정.
천년 함묵의 울음으로
물살 뒤집던 바위,
서로가 목소리를 낮추어
거칠었던 음성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스며들어 서로가 지워진,
물결무늬 바위 얼굴에
물결무늬 물이 흘러간다.
무거운 침묵을 끊임없이 풀어낸다.
수만 년 묵은 사랑으로 조잘거린다.
바위의 마음이 물결무늬로 드러나서
물결무늬 춤을 추며 물이 흐른다.
계곡물 흘러가는 소리,
쪽 동백꽃 둥둥 떠가는
오월의 푸른 음악이 되어
지상에서 가장 맑은 천상의 노래로
매듭진 마음을 실실이 풀어주며
곱게, 곱게 여울져 춤을 추며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