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낙엽은 어디론가 길 떠났다.
이제 울음을 그쳐야할 시간이다.
멀리서 가까이서 거리를 가늠하며
긴 그림자로 닥아와서
떠나 갈것은 모두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묻어야 할 시간이다.
숨어울던 풀벌레 소리도
적막의 시간을 수확하고 입 다물었다.
바람도 숲으로 내려와 텅 빈 하늘
나뭇가지에 매달린 눈썹 달
별빛에도 가만히 눈 맞추는 시간이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
가슴 가득 안겨오는 슬픔도
모두 비워야 할
가만가만 내려 앉는 조락의 시간이다.
미쳐 물들지 못해 푸른마음으로 시들어 간다해도
아등바등 매달리던 손길도 놓아버리고
상실의 아픔도 가만히 내려놓고
스스로 익어 저절로 떨어질 시간이다.
사라져가는 뒤끝의 허허로움,
더 이상 무상함에 흔들리지 말고
이별의 시름을 꼭꼭 땅속에 묻고
고요히 침잠할 시간이다.
청명한 바람
물색이 고운 시절,
하늘도 변곡점에서 가만가만 숨죽이는 시간.
뜨거운 불씨 가슴에 품고 이제는
언 땅에 묻혀 고요히 새로운 세상 꿈꾸어야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