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길 따라

조화

돌담1 2022. 10. 22. 15:43

[조화]

철없이 피어있는 조화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이길 기원합니다.

죽은 영혼을 위해 심어놓은 이승의 징표

오랫동안 식지 않을 사랑을 기원합니다.

살아있는 자의 마음,

죽은 자의 마음.

기나긴 이별의 뒤끝을 헤아려 봅니다.

 

묘지를 가꾸는 일은 가슴 속의 일,

허전한 마음에 꽃 한포기 심는 일.

당신을 펼쳐 놓고 나를 읽는 일입니다.

무덤은 무덤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어

누군가의 뒤를 이어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 발원지를 찾듯

어떤 생의 그늘을 찾아서

자신의 배후를 읽어 갈 것입니다.

 

나를 십자가에 못질하듯

조화 한 송이 올립니다.

죽은 생명이 남긴 조화.

죽은 생명을 위한 조화

죽은 마음이 산자의 마음에 죽은 꽃을 심었습니다.

 

마음속에 지울 수 없는 그늘,

꽃 한 송이 심어서

수천의 꽃송이를 하늘 높이 날립니다.

영혼이 남긴 허울.

죽은 꽃이 봉분 옆에서

산자의 마음과 죽은 자의 마음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작별하지 못한 묵은 그리움.

시간의 변방으로 생명이 빠져나간,

생명 없는 생명의 조화 한 송이.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저승의 안부

전할 수 없는 이승의 소식.

속죄의 눈물로 핀 꽃, 조화 한 송이 올립니다.

슬픈 울음은 생명을 잃고 건조한 시간만 남았습니다.

'마음길 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증  (0) 2022.11.25
꽃이 웃는다  (5) 2022.11.02
물결나비  (0) 2022.09.25
꽃의 시간  (0) 2022.08.21
입동  (0) 2021.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