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아래서]
꽃샘추위를 견디고,
가을비에 젖어보고.
피고 지는 꽃, 꽃 진 설움에도 잠겨보고.
우두커니 서서 그냥,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떨어지는 은행잎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한 목숨 태어나고,
한 목숨 지듯.
한 잎, 두 잎.
가만가만 내려앉는 은행잎.
은행나무는 말없이
나를 지켜보고,
나는 떨어지는 노란 은행잎을 바라보고...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생각 할수록
은행잎 노란 잎이 나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내일이 사라져도
그건 내일의 일인 듯
어디에도 없는 시공의 경계를 더듬어 본다.